제1세부 과제: 고에너지 중이온 충돌을 이용한 핵물리 연구

강한 상호작용을 설명하는 양자색소역학 이론은 강입자 속에 갇혀있던 쿼크와 글루온들이 고온, 고압, 고밀도 환경에서 경계를 벗어나 자유롭게 움직이는 쿼크-글루온 플라즈마의 생성을 예측한다. 고에너지 핵물리학에서는 상대론적 중이온 충돌을 이용해 아주 높은 온도와 밀도를 갖는 극한 핵물질을 생성시키고 이 물질의 특성을 연구한다. 그런데 쿼크-글루온 플라즈마는 대폭발 직후 생성된 물질과 매우 흡사하여 상대론적 중이온 충돌은 우주의 초기 물질 상태를 연구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난 30여 년간 이 분야는 가속기의 발전과 함께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고, 이를 통해 극한 핵물질의 존재와 특성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되었다.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로 알려진 원자를 작게 쪼개면 전자와 양성자, 중성자로 나뉜다. 전자는 현재 더 작은 내부구조를 알 수 없는 기본입자 가운데 하나로써 톰슨의 음극선 실험과 같은 간단한 장치를 통해 쉽게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양성자와 중성자는 쿼크라는 더 작은 기본입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쿼크는 강입자(hadron)의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고 독립적으로 발견된 적이 아직 없다.

쿼크는 전자와 달리 세 가지 다른 종류의 전하를 가질 수 있다. 이 전하를 색깔 전하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쿼크들 사이의 힘은 전자들 사이에 작용하는 힘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전자는 광자를 서로 교환하며 힘을 주고받지만, 쿼크는 여덟 가지의 색깔 전하 조합을 가진 글루온을 주고받고, 글루온은 광자와는 달리 자신들끼리도 상호작용하므로 다루기가 무척 까다롭다. 이 쿼크들 사이의 강한 힘을 설명하는 이론이 양자색소역학(Quantum ChromoDynamics: QCD)이다. 

게다가 색깔을 지닌 쿼크는 강입자 안에 영원히 갇힌 채 살아가야만 한다.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건, 색깔이 없는 강입자일 뿐이다. 하지만 외부에서 쿼크들 사이의 상호 작용력을 극복할 만한 에너지를 가해주면, 쿼크가 강입자 밖으로 뛰쳐나와 전자와 같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상황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실제로 쿼크 간 상호 작용력은 온도 또는 에너지가 커질수록 그 세기가 감소한다는 사실이 이미 밝혀졌는데 이 사실을 점근 자유성(asymptotic freedom)이라 부르며, 쿼크물질과 강입자 간 상전이 이론의 근거이기도 하다 [1]. 고에너지 핵물리학은 상대론적 중이온 충돌을 이용해서 이와 같은 상전이를 발생시켜 쿼크가 강입자로부터 벗어나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쿼크-글루온 플라즈마(Quark-Gluon Plasma: QGP)를 생성하고 새로운 물질의 특성을 연구한다.

[1] D. J. Gross and F. Wilczek, Phys. Rev. Lett. 30, 1343 (1973); H. D. Politzer, Phys. Rev. Lett. 30, 1346 (19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