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세부 과제: 희귀동위원소빔을 이용한 핵물리 연구

우주에서 가장 극한의 관측대상을 꼽는다면 초신성과 중성자별을 들 수 있다. 초신성은 내부 반응이 절정에 이를 때, 최고 1조 도의 초고온에 이르고, 중성자별의 평균 밀도는 핵 평균밀도(~2.7☓10^14 g/cm3)의 두 배에 이르는데, 이와 같은 상태는 지구상에서 자연적으로 얻을 수 없다. 초신성은 무거운 원소의 주요 탄생지로 알려져 있는데, 초신성 내부에서 일어나는 복잡하고 다양한 핵반응으로부터 철보다 무거운 핵종이 만들어진다. 핵반응은 핵의 에너지 준위 분포 등과 밀접하므로 핵의 구조와 서로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이다. 핵천체물리와 핵물리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려면 희귀동위원소 빔을 이용하여 신성, X-선 버스터, 초신성 등에서 무거운 핵종이 만들어지는 주요 반응률을 측정하고 중성자별 내부에 존재할 것으로 짐작되는 특이한 핵물질의 특성을 알아내야 한다.

저에너지 핵물리학은 핵이 어떻게 생겼는지, 핵과 핵이 느린 속력으로 서로 충돌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연구한다. 이러한 연구를 핵구조와 핵반응 연구라고 부른다. 그리고 핵천체물리학은 저에너지 핵물리학에서 얻은 결과를 응용해서 별에서 일어나는 핵반응과 특정 핵의 구조 등이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 연구하는 학문이다. 최근 첨단 가속기들이 이전에는 생성 불가능했던 희귀동위원소들을 인공적으로 생성하며, 핵천체물리학의 새로운 전성시대가 열렸다.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가 매우 작은 공간에 강하고 조밀하게 결합하고 있는 상태다. 핵구조 물리학은 이 원자핵의 바닥 상태를 먼저 이해한 다음, 외부에서 에너지를 받아 들뜨는 과정과 들뜰 때 나타나는 여러 가지 공명 현상을 다룬다. 핵구조 물리학을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가장 간단한 수소 원자를 예로 들어보자. (주의: 수소원자와 원자핵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 이유는 잠시 뒤에 설명하겠다.) 양자역학에서도 배우지만 수소 원자의 운동에너지와 쿨롱에너지로 이루어진 해밀토니안을 이용하여 슈뢰딩거 방정식을 풀면 자기 양자수 , 부양자수 , 주양자수 을 얻고 수소 원자의 에너지 준위를 알 수 있다. 게다가 수소 원자 빛띠 역사 중 난제였던 비정상 제만 효과(anomalous Zeeman effect)가 스핀이라 부르는 물질을 기술하는 데 필요한 새로운 양자수를 탄생시켰다. 여기에 배타원리가 더해지면 수소원자는 껍질 구조를 가지게 되고 우리가 보는 물질계의 기본 원소를 형성한다. 

수소 원자는 양성자 하나와 전자 하나가 정전기력으로 묶여있는 가장 단순한 물리계이다. 그런데 수소 원자 안에 달랑 하나 들어있는 양성자와는 달리, 양성자와 중성자가 모여 있는 원자핵 안의 핵자(양성자와 중성자의 통칭)는 주변의 다른 핵자와 서로 상호작용하며 스스로 묶여있는 상태(self-bound state)를 이루므로 수소 원자를 다룰 때 사용했던 방법을 그대로 원자핵을 설명하는 데 쓸 수는 없다. 더욱이 핵자는 강한 핵력으로 원자핵 안에 묶여있으므로 수소 원자처럼 단순한 정전기력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고, 훨씬 더 복잡하고 다양한 항이 요구되는 핵력을 필요로 한다. 즉 원자핵을 기술하고 이해하는 것은 수소 원자를 다루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문제이다. 

현재 국내에 희귀동위원소 가속기인 RAON이 건설 중이므로 실험핵물리학자들은 거기에 발맞춰 핵구조, 핵반응, 핵천체물리를 어떻게 연구할 것인지 준비하고 있다. 특히 핵천체물리학에서는 희귀동위원소 빔(또는 방사성 동위원소 빔)을 이용해 우주에서 무거운 핵종이 만들어지는 반응과정을 찾아내고, 실험실 내에서 중성자별 내부에 존재할 것으로 짐작되는 특이한 핵물질을 만들어 내고자 한다. 그리고 핵물질이 상전이하면서 중성자와 양성자의 비율이 변하는데, 이때 정상상태를 벗어난 영역에서 극한의 희귀 핵물질이 존재할 수 있다. 이러한 극한 희귀 핵물질을 이해하려면 쿼크 단위까지 이론을 확장하여야만 하므로 양자색소역학을 고려해야만 한다. 여기서 극한 희귀 핵물질이란 핵의 안정선(stability line)과 방울선(drip line) 사이에 존재하는 불안정한 방사성 동위원소를 의미한다. 최근 핵물리학자들은 이러한 불안정한 동위원소들이 서로 반응하며 무거운 원소가 어떻게 생성되는지, 그리고 초신성과 중성자별의 내부에 존재하는 특별한 핵물질의 특성이 어떤지 이해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