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물리학의 역사는 1911년 맨체스터 대학 교수였던 어네스트 러더포드가 알파입자 산란실험을 통해 금 원자 내에 존재하는 핵을 처음 발견하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후 1935년에 폰바이제커 등이 물방울 모형을 이용하여 경험적인 핵의 결합에너지 공식을 발표하였고, 위그너, 괘퍼트 마이어, 젠센이 핵의 껍질모형으로 1963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며 핵물리학 분야는 크게 발전하였습니다.
바닥 상태 핵의 구조를 이해한 후 핵물리학자들은 좀 더 희귀한 핵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희귀한 핵은 자연상태로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가속기를 이용해 인공적으로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중성자 또는 양성자를 비정상적으로 많이 포함한 희귀 핵들은 자연에 존재하는 핵들과 달리 중성자 층과 같이 이상한 구조를 가지며, 껍질구조도 안정된 핵의 그것과 크게 다릅니다. 특히 이들은 신성이나 초신성 폭발 시 무거운 원소가 생성되는 핵반응과 밀접히 관련되어 우주 진화의 열쇠도 쥐고 있습니다.
한편 1970년대부터 핵물리학자들은 고온-고밀도 핵물질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두고 있었습니다. 고에너지로 가속된 핵들을 서로 충돌시키면 온도가 태양 중심 온도의 백만 배 이상이고 에너지 밀도가 양성자 질량에 근접한 쿼크와 글루온으로 이루어진 핵플라즈마 물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 핵플라즈마 물질은 138억년 전 대폭발 직후에 존재했던 초기 우주의 물질과 매우 흡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동안 희귀 핵이나 고온-고밀도 핵물질에 대한 연구자들의 관심은 뜨거웠으나, 이를 실험할 수 있는 가속기가 없어 핵물리학은 한동안 소강상태인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여러 기술적인 문제 등을 극복하며 유럽핵입자물리연구소(CERN)의 LHC 가속기와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의 RIBF 가속기 등이 완공되며 핵물리학은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핵물리학 분야의 연구를 위해 기초과학연구원(IBS)에 RAON 희귀동위원소 가속기를 건설 중입니다.
특히 2018년에는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우수연구센터(SRC)로 극한핵물질연구센터(Center for Extreme Nuclear Matter 또는 CENuM)가 선정되며, 첨단 핵물리 연구를 위한 초석을 마련한 바 있습니다. 본 센터가 우리나라 극한 핵물질 연구분야의 발전에 커다란 기여를 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니 여러분의 아낌없는 성원을 기대합니다.
[센터장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홍병식 (bhong@korea.ac.kr)]